서 론
지난 수십 년간 급속도로 성장하는 산업 발전으로 인해 환경 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강과 민, 2010;박 등, 2024), 폐수, 살충제를 포함한 오염물질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이 등, 2024).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강원도 지역에서 어류 폐사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48건 중 농약 유출이 18건으로 조사되었으며(임 등, 2019), 아산만 지역에서도 해양으로 7~9월에 유기인계 농약이 유입된 사례가 있다(Choi et al., 2010). 해외 농약 유출에 따른 연구를 보면 아르헨티나 대두 생산 지역에서 많이 사용하는 농약이 검출 되었으며(Jergentz et al., 2005), 호주 리치먼트강 하구에서 다양한 농약이 검출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여러 농약 잔류물이 하천과 기타 자연수역에서 발견되었 다(Hagemann et al., 2019;Zhen et al., 2019;Curchod et al., 2020). 농약은 농장 유출수, 폐수처리, 농경지에서 인공 배수, 대기 침전 등에 의해 하천수나 자연 수계로 유출될 수 있다(Gerecke et al., 2002;Kim et al., 2021). 이처럼 연안오 염은 급속히 악화하여 어류 등과 유용 수산자원은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농약들이 해양으로 유입이 된다면 장ㆍ단기적으로 해양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게 된다(강과 민, 2010). 하지만 농약은 병해충 및 잡초로부터 농산물을 보호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 향상에 사용되는 현대 농업에 없어서는 안되는 농자재이다(김 등, 2013). 매년 증가하는 해충들로 인해 농약에 대한 사용량도 증가하게 되어(Ahn et al., 2008), 사용량의 적정량을 살포하지 않고 무분별 살포시 토양으로 유입되거나, 해양으로 유입이 될 가능성이 있고(Lee et al., 2005), 환경에 잔류하여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Choi et al., 2010).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을 위한 나무주사제로 사용되는 Avermectin 계열의 살선충제가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다(이 등, 2022). Avermectin 계열에서 대표적인 농약은 에마맥틴 벤조에이트(emamectin benzoate)이며, 이를 주요 성분으로 하는 농약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넙치(Paralichthys olivaceus)는 우리나라에서 어류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우점적 양식 어종이고(Kim et al., 2019), 빠른 성장 속도와 함께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아 국내 양식 업계에서 중요한 품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넙치의 중금속 및 유기화합물의 노출에 따른 독성학적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으나(김 등, 2021;박 등, 2023), 연안 환경에 유출 위험이 있는 농약에 대한 노출 연구는 부족하다. 어류의 혈액학적 성상은 독성물질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독성노출 연구에서 생리ㆍ병리적 영향을 판단 할 수 있는 지표이다. 어류의 혈장 성분 역시 체내에 유해물질의 노출에 의한 대사 장애를 판단 할 수 있는 주요 지표이다(김 등, 2015).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연안으로 유출 위험이 있는 EB 성분 농약이 실험어인 넙치의 폐사, 혈장성분 및 조직병변에 대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것에 있다.
재료 및 방법
1. 세포 및 실험어
실험에 사용된 Epithelioma papulosum cyprinid (EPC) 세포는 10% (v/v) fetal bovine serum (FBS, Gibco)과 1% (v/v) antibiotic-antimycotic agent (Gibco)를 첨가한 minimum essential medium (MEM, Gibco)을 사용하여 2 0℃에서 배양하였다. 넙치는 당진 소재의 양식장에서 평균 체중 129.5±12.09g, 평균 전장 20.9±1.2cm의 것을 구입하여 사용하였다. 어류는 400L수조에서 수온을 15℃로 유지하고 2주 동안 순치하였다. 실험어에서는 특별한 육안적 임상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2. EPC 세포에 대한 성분의 농약 독성
농약의 세포독성을 확인하기 위해 EPC세포를 96-well plate에 약 1X105/well농도로 접종 후, 단계 희석한 EB 성분의 농약(최종 농도: 0.215ppm, 2.15ppm, 21.5ppm, 215ppm)을 각 well에 접종하였다. 접종 3일 후에 cell counting kit-8 (CCK-8, DOJNDO)을 10ul씩 well에 첨가 후 2시간 동안 배양하였다. EPC 세포의 생존율은 Microplate reader (SPECTROstar, Omega)로 450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하여 control과 비교 하였다. 또한 농약 첨가 후 세포의 형태 변화를 광학 현미경(Olympus)으로 관찰하였다.
3. 에마맥틴 벤조에이트 (emamectin benzoate) 성분 농약 노출 실험
EPC세포의 세포생존율의 결과의 바탕으로 EB 성분의 농약의 농도를 설정하였다. 넙치를 polypropylene수조(용량 300L)에 20마리씩 수용하고 2일 동안 순치하였다. 각 농도 구간 별 EB 성분 농약(0ppm, 0.0215ppm, 0.215ppm, 2.15ppm, 21.5ppm)을 48시간 동안 넙치에 침지하여 노출시킨 후, 100% 환수를 하였다. 환수 후 혈액학적 및 조직학적 분석을 위해 각 실험구에서 3마리씩 혈액과 간을 샘플링하였고, 나머지는 5일 동안 임상 증상과 생존율을 관찰하였다. 넙치의 농약 노출 실험은 선문대학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승인번호: SM-2023-07-01)의 승인을 받은 후 수행되었다.
4. 혈액학적 분석
혈장 분석을 위하여 EB 성분의 농약 노출 48시간 뒤 각 수조에서 3마리씩 샘플링하여 채혈을 진행하였다. 혈액은 헤파린(BD Vacutainer® Sodium Heparin (NH) 75 USP Units Blood Collection Tubes)이 처리된 튜브에 옮긴 후 원심분리 (6,000xg, 4℃)하여 혈장을 분리하였다. 혈장 시료는 glucose, cholesterol 및 total protein 분석에 사용되었다. 또한 혈장 효소 활성으로는 alkaline phosphatase (ALP), 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 alanine amino transferase (ALT)를 임상용 kit (Asan Pharm. Co., Ltd)를 사용하여 분석 하였다. ALP는 King-King법으로 500nm에서, AST와 ALT는 505nm에서 Reitman-Frankel법에 의해 측정되었다.
5. 조직학적 분석
농약에 노출된 넙치의 조직병리학적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노출 48시간 뒤에 간을 채취하고10% 중성 포르말린으로 고정, 24시간 이후 후고정을 진행하였다. 파라핀 조직 블록은 Microtome (RM 2135, Leica)을 사용하여 박절(4μm)하고 hematoxylin & eosin염색을 한 후, 현미경으로 검경하였다.
6. 통계 분석
통계 분석은 GraphPad prism software를 사용하였다. 폐사율은 Kaplan-Meier분석법을 통해서 분석하였고 혈액 생화학적 분석은 One-way ANOVA 분석을 하였다. 사후분석으로 Tukey’s multiple range test를 진행하여 p < 0.05 일 때 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결 과
1. 세포 생존율 및 세포 형태변화
EPC 세포에 대한 EB 성분 농약의 세포 독성은 control의 흡광도 수치에 대비한 %로 계산하였다. 세포 생존율은 215ppm 농도에서 4.12±1.8%, 21.5ppm농도에서는 62.4±3.6%, 2.15ppm 농도에서는 76.1±10.7%, 0.215ppm농도에서는 74.2±2.8%의 수치를 보였다(Fig. 1). 세포 관찰 결과, 215ppm에서는 농약을 접종하자마자 세포가 떨어졌고, 접종 3일차에는 21.5ppm에서도 세포 박리 및 부유가 관찰되었다(not shown).
2. EB 성분 농약 노출에 의한 넙치 폐사율
EB 성분 농약 21.5ppm의 농도에서는 노출 후 10분만에 넙치가 전부 폐사하였다. 2.15ppm농도에서는 노출 후 30분만에 전부 폐사가 일어났다. 0.215ppm, 0.0215ppm에서는 노출 48시간이 지나도 폐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폐사를 관찰한 총 7일동안 모두 생존하였다(Table. 1).
3. 혈액학적 변화
혈장 glucose는 EB 성분의 농약 노출에 의해 농도가 증가되는 것이 확인되었다(Fig. 2a). 21.5ppm 농도에서는 glucose 수치가 control 대비 1.52배 증가하였다. 혈장 cholesterol의 경우, 실험구간에 통계적으로 유의성은 보이지 않았으나 0.0215ppm 농도에서는 농도가 증가되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Fig. 2b). 2.15ppm과 21.5ppm 농도에서 control 대비 각각 0.71배, 0.74배 증가하였다. 혈장 total protein (TP) 농도는 모든 농도 구간에서 유의적으로 증가하였다(Fig. 2c). 특히 2.15ppm과 21.5ppm농도에서 control 대비 각각 0.71배, 0.74배 증가하였다.
혈장 효소 성분의 분석결과, ALP 수치는 0.0215ppm, 0.215ppm, 2.15ppm 농도에서 대조구에 비해 각각 2.84배, 2.44배, 3.8배 증가되는 것이 확인되었다(Fig 3a). AST와 ALT 는 21.5ppm농도에서 control 대비 각각 0.4배, 0.5배 증가되었다(Fig 3b-c).
4. 조직병리학적 변화
EB 성분의 농약을 노출한 넙치에 간 조직과 control의 간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였다. Control의 간세포에서 핵소체가 관찰되며 smooth endoplasmic reticulum (SER)이 발달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lipid droplets (LDs)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Fig. 4). EB 성분 농약에 노출된 넙치의 간세포에서도 핵소체, SER 및 LDs가 특이 소견 없이 잘 관찰되어 농약 노출에 의한 조직 병변은 유발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다.
고 찰
넙치에 대한 EB성분 농약의 독성을 평가하기 전에 EPC세포에서의 독성 평가를 수행하여 넙치에 노출할 농도를 결정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control 대비 모든 농도 구간에서 EPC 세포의 생존율이 낮아졌으나 215ppm을 제외하고는 62.4% 이상 생존하였다. 215ppm 농도로 노출 시 세포 생존율은 4.12±1.8%로 매우 낮아 215ppm농도는 치명적인 세포 독성을 유발함을 확인하였다. EB 성분의 농약을 EPC세포 접종한 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역시, 215ppm에서는 농약을 접종하자마자 세포가 떨어지면서 부유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접종 3일차에서는 21.5ppm에서도 세포 박리 및 부유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넙치에 노출 실험을 하게 될 최고농도는 215ppm 이 아닌 21.5ppm의 농도로 설정하였다.
넙치에 EB 성분 농약을 0.0215ppm, 0.215ppm, 2.15ppm, 21.5ppm으로 노출한 결과, 21.5ppm에 노출 후 넙치는 즉각적으로 발광 유영을 보이다가 10분 만에 전부 폐사하였다. 2.15ppm에서는 노출 후 발작, 발광 유영을 보이면서 30분만에 전부 폐사하였다. 0.0215ppm, 0.215ppm에서는 노출 48시간이 지나도 폐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실험이 끝난 시점까지 폐사가 일어나지 않았다.
혈장의 glucose 농도는 독성 물질 및 환경변화에 따른 어류의 스트레스를 측정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며(홍 등, 2021), 일반적으로 gluconeogenesis에 의해 농도의 증가가 일어난다 (홍 등, 2021). 본 연구에서 21.5ppm농도에서 control 대비 1.52배 유의적으로 증가하였다. 간 손상이 발생할 경우 glycogen분해 증가와 glucose 방출로 인해 혈장glucose수치 가 증가하며(이 등, 2024),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에피네 프린 등) 증가로 인해 혈당상승 및 인슐린 저항성 발생으로 인한 혈당조절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오 등, 2020)고 알려져 있다.
혈장cholesterol은 모든 세포막 구조 및 스테로이드 호르몬 의 전구체로 중요한 물질이며, 독성 노출에 의한 산화스트레스는 일반적으로 hypercholesterolemia를 유발할 수 있다(박 등, 2023). 본 연구에서 0.0215ppm 노출 실험구에서 넙치 혈장 cholesterol 수치가 높아진 것은 Kim et al. (2021)에서 보고한 것과 같이 스트레스 반응으로 cholesterol 생성이 일시적으로 증가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0.215ppm 보다 높은 농도부터 농도 의존적으로 cholesterol 수치가 감소하였다(Fig. 3c). 이처럼 cholesterol 수치가 감소하는 것은 독성물 질이 넙치의 cholesterol 생합성 경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홍 등, 2021), 이러한 현저한 감소는 간 기능 손상, cholesterol합성 효소의 억제, 또는 지질대사 전반의 교란을 의미한다.
혈장의 TP 농도는 어류의 정상적인 대사를 위해 에너지를 공급하며, 독성물질 노출에 따른 스트레스에 의해 변화하여, 어류의 스트레스 및 건강 상태를 평하는 중요한 지표이다(홍 등, 2021). 본 연구에서는 모든 농도 구간에서 control대비 TP 수치가 증가하였다. 그 중 2.15ppm와 21.5ppm에서 control과 비교하여 각각 0.71배 및 0.74배로 유의적인 증가를 보였다. Pyrethroid계열 농약인 bifenthri를 피라루쿠(Piaractus mesopotamicus)에 노출 실험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Carla et al., 2024). TP의 증가는 EB 성분의 농약에 의한 염증 반응의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즉 염증 반응으로 인해 염증 매개체가 세포 투과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급성 노출 시 TP가 증가하는 결과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Carla et al., 2024).
혈장 효소성분인 ALP는 주로 간, 신장 및 골격 조직에서 생성 되는 효소이다(Zhang et al., 2021). 혈장에서의 ALP 농도 증가는 간 손상 지표로서, 중금속에 노출된 어류를 포함한 척추동물이 중금속에 노출되었을 때 간 손상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김 등, 2018;홍 등, 2021). 본 연구에서는 0.0215ppm, 0.215ppm, 2.15ppm에서 ALP의 수치가 각각 2.84배, 2.44배, 3.8배 증가 하였는데, 이는 EB 성분의 농약에 의해 간세포의 손상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가장 높은 농도(21.5ppm)에 노출된 넙치 혈장의 ALP의 수치가 감소한 것은 높은 농도의 노출에 의한 장기의 기능상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홍 등, 2021). 수인성 니코틴 노출 연구에서도 높은 농도에서 간, 신장 조직의 손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대사기능이 저하되어, ALP의 수치가 감소하는 것이 보고 되었다(이 등, 2024).
혈장 AST 및 ALT의 활성 변화는 근육, 간, 및 신장 세포의 기능적 손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김 등, 2021), 독성 노출에 따른 어류 장기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지표이다(홍 등, 2021;이 등, 2024). 이는 ALP와 AST가 증가 한다는 것은 독성물질로 인한 간 손상을 의미하고 있으며, 질산염에 노출연구에서도 AST 및 ALT가 유의적으로 증가가 확인되었으며, 이는 암모니아에 의한 조직의 괴사에 따른 것으로 보고되었다(배 등., 2017) 본 연구에서는 21.5ppm농도에 ALP 및 AST수치가 control대비 각각 0.4배, 0.5배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러한 증가는 간 손상을 발생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조직학적 분석을 수행한 결과, 간 조직에는 눈에 띄는 병리적인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EB 성분 농약 21.5ppm, 2.15ppm농도에 노출된 넙치는 각 10분, 30분 만에 전량 폐사를 일으켰기 때문에, 독성 노출 시간이 짧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유사하게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사한 넙치에서도 간 조직에 눈에 띄는 조직 병변이 없었다는 사례가 있다(Kim & Kim, 2016). 또한 구리에 만성적으로 노출한 연구에서도 간 조직 내에 조직 구리가 도달하는 기간은 10일차이며, 20일차에 담관 상피세포의 변성이 시작된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사례(Kim et al., 2011)로 미루어보아 EB 성분 농약을 48시간 동안 노출 후 바로 간의 조직학적 변화 관찰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조직 병변을 관찰할 수 없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본 연구의 결과로부터 EB성분의 농약이 연안에 유출되었을 때, 2.15ppm정도의 미량으로도 넙치 폐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넙치의 생리적인 교란을 유발할 수 있음을 확인되었다. 따라서 연안 생태계의 건전성 보존을 위해 농약의 정량적 사용 기준을 엄격히 준수해야 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생태계 영향 평가를 통한 체계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예방적 접근은 장기적 관점에서 연안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